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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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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대해서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설이나 영화 속 그리움은 너무 좋다. 아련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뭔가를 그리워서 못 버티는 모습이 슬프다. 하지만 그리워하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대상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에서 그리움은 아름답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그리워하면 그것만큼 힘든게 없다. 전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몇 번 꿈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꿈에서 깨고 나면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심장이 빨리 뛰고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고 잠결에 손을 뻗기도 한다. 그러면 닿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러다가 잠이 깨면서 정신이 돌아오면 뭐하는가 싶다. (전 애인은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기분이 뒤숭숭한건 덤이다.

소설을 읽었을 때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다. 영화가 이미 있는건 알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건 소지섭이 나오는 영화였지 일본영화는 아니었다. 일본영화는 2004년도에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 된 소설인지도 몰랐다. 소설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다. 금방 읽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나 배경은 따뜻하고 이쁘다. 내가 본 일본영화들이 대부분 영상이 이쁘고 특유의 분홍빛에 따뜻한 분위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소설을 읽으면 그 배경들을 토대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거기다 이 소설은 이별이 정해져 있어서 더 따뜻하고 아련했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죽은 아내가 죽기전에 비의 계절에 잘 살고 있는지 와서 확인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말 돌아와서 6주의 시간을 같이 보낸 뒤 이별한다. 이야기가 정말 아름답고 아련했다. 소설 속 몇 장면들이 기억에 남고 6주라는 시간은 정말 짧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유지를 울보라고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아빠인 닷쿤이 기억을 잃고 돌아온 미오에게 유지는 울보라고 알려준다. 아들을 배려하는 아빠의 모습과 엄마를 보고 자주 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유지가 너무 슬프고 아련했다. 소설에서 그런거냐고 물어보는 유지가 나는 읽는 내내 안쓰러웠다. 아이지만 너무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고 미오에게 나 때문에 엄마가 죽은거라며 사과하는 유지의 모습이 너무도 슬펐다. 그걸 듣고 설명하는 미오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하면 더 슬프다.

결국 소설의 주요 인물은 닷쿤과 미오지만 나는 유지에게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둘의 이야기도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학생때부터 시작된 둘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시간을 겪는건 정말 행복한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별이 정해져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이별이 불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두 주인공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별과 그리움을 대하는 내 생각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조금은 변하게 만들어서 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이별에 대해서 슬프고 안 좋은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별이 있어서 그 과정이 아름다워지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나니까 꼭 나쁜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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