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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서재

골든슬럼버

어렸을 때 귀신을 무서워했는데 귀신이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자주했다. 빨리 도망치면 돼. 근데 귀신은 날아다니잖아. 눈을 감으면 돼. 소리가 들릴거 아냐. 이런식으로 귀신이 나타났을 때 살아날 방법을 생각하고 그거에 대한 반박을 하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귀신이 나타나면이란 생각이 문득 들면 뭘 생각해도 방법이 나오겠지. 그냥 죽던가 살려달라고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해답도 아니고 우습지만 저 생각으로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귀신에 대한 상상을 그만둘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총리 암살범이라는 누명을 쓴 일반인이 도망다니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아주 재미있고 길게 잘 풀어낸것 같다.

사실 책 읽으면서 뭐야 아직도 반밖에 안읽었어? 하면서 혼자 놀랄만큼 좀 길었다. 전자책으로 책을 읽다보니 책의 두께를 알 수 가 없어서 자주 있는 일이다.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답이 없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재미를 주었지만 현실에서 저런일이 생기면 자포자기 상태가 될 것 같다.

권력이나 보이지 않는 배후, 거대한 무언가. 정부에 대한 불신. 일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역사책이나 위안부 문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한 일본이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울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나 글을 읽다보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가까운 미래라는 말을 자주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말이다. 일본에서 이미 겪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겪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대비하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일본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무능한 정부나 권력이 자주 나온다. 예전에 글을 써본적이 있는데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일을 쓰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생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에 관련된 작가의 생각이 다 다르다보니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생각은 작가의 삶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소설이나 영화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능함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일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잠깐 다른쪽으로 이야기가 흘렀는데 어쨌든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 책에서는 정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경찰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은 사실은 모른채 일반인이 범인이라는 생각만으로 총을 쏘고 일반인의 얘기는 무시한다. 또 사람들의 통화나 우편물을 반강제적으로 보기도 한다. 정말 무능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나온다. 오히려 경찰에서 추적하는 연쇄살인범이 더 믿을만했다.

어쨋든 결국 일반인의 말을 들어주는 정부는 없었고 그의 친구나 평소 그를 알던 사람들만이 믿어주었다. 결국 그는 누명을 벗지 못했다. 그가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여전히 그의 부모님을 감시했다. 이 부분이 정말 우습고 재미있었다. 암살범이 죽었다고 했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었다. 겉으로는 아직도 이런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냐며 보호해주는척했지만 실제로는 진짜를 찾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책의 내용이 단순하다보니 감상은 이정도인것 같다. 단순하고 짧은 줄거리를 정말 재미있게 잘 쓴거 같아서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영화는 이 내용을 담지 못할거라 생각이 들어서 보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은 사랑을 다루는 내용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책에서 언급되는 사랑을 주제로 한 대화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만날때는 지겹도록 붙어 다니고 서로 모르는 게 없으면서, 헤어지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사이가 되나 봐요. 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이가 되는구나 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범인이 아닐거라고 믿어주며 도와주는 모습은 허한 감정을 채워주기 충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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